CD 1

1 수잔 - 한정훈 
2 하루 일과 - 조애란 
3 안부 - 일상다반사 
4 가끔은 너도 나를 그리워했으면 좋겠어 - 봄날의 곰 
5 She was all I need - 김선욱 
6 나의 첫사랑 - 김므즈 (익명의 시인들) 
7 첫사랑 - 천서혜밴드 
8 동그라미 - 민수 
9 날개 - 다섯번째 계절 
10 다시 소년 - 재주소년 
11 집으로 가자 (feat. 엄마) - 곽은기 (은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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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하 동문회라는 이상한 조직이 있습니다. 지하 조직이라고 하기엔 활발하고요, 실체가 있다고 보기엔 응원과 격려 축하가 내용의 다인 채팅방 하나를 가지고 있는 무형의 조직입니다. 몇 년 전 유재하 음악 경연 대회 출신의 뮤지션들이 모여서 당시 힘들게 꾸려가던 유재하 음악 경연 대회를 다시 되살려보자는 의미로 만들었는데, 그다음부터는 해마다 대회 준비와 참여뿐만 아니라 공연이나 음반, 다양한 서로 간의 콜라보 같은 것으로 서로의 음악을 살찌우는 것을 목표로 두고 각자 열심히 음악 한 후 다시 응원과 격려, 축하와 안부를 나누는 신기한 조직입니다. 그리고 유명 무명, 잘함 못함, 이익 불이익, 이런 기준으로 서로 나눠질 이유가 없는 그냥 대회 출신인 것만으로 충분한 우리의 일원일 수 있는 문턱이 낮은 동네입니다.

올해 2017년이 고 유재하 30주기라는 걸 알고, 작년부터 어떻게 기리면 좋을까 이야기도 나누고 계획도 짜보곤 했었어요. 제일 처음 생각난 건 역시 리메이크 앨범이었죠. 97년 10주기를 맞아 발표한 ‘다시 돌아온 그대 위해’ 앨범 이후 리메이크 앨범은 나오지 않아서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은 했는데, 서로 이야기들을 나누어보니 아무래도 리메이크 앨범은 지금 현재 대중들과 가장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는 뮤지션들이 가장 대중적인 프로듀서와 함께 작업하는 것이 1987년과 2017년을 잇는 시대적인 의미가 생기고 유재하라는 이름도 잘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러면 리메이크 앨범은 유재하 장학회를 통해 좀 더 대중적인 방향으로 진행을 하고(12월 초에 나올 예정입니다!), 동문회는 동문회 만이 할 수 있는 앨범을 계획해 보자라고 결론을 내렸고, 바로 그 결과가 바로 이번 앨범 '변함없이 그대를, 사랑하기 때문에'입니다.
 
이번 앨범의 콘셉트는 ‘만약 유재하의 2집이 나온다면?’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우리는 곡을 쓰고 노래를 하는 사람들이니 우리의 곡과 노래로 헌정을 하자라는 의미랄까요? 단 한 장의 앨범만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유재하의 이름을 우리가 잘 이어가겠다는 의미도 될 것 같았고요, 어떻게 보면 가장 가까운 유재하의 후예들일 테니, 우리가 만약 유재하의 2집이 나온다면 이라는 생각으로 정성을 다해 곡을 써서 앨범으로 나온다면! 바로 그것이 동문회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의미이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죠. 새해에 연탄 봉사를 다 같이 하면서 다 같이 이런 아이디어들을 나누었고, 봄에 관심을 가진 많은 동문들이 모여 논의와 토론을 하고, 여름에 곡을 모집하고, 공정한 평가를 위해 외부에 심사를 맡겨서 11곡을 선정하고, 가을에 열심히 녹음해서 이렇게 오늘 고 유재하 30주기 유재하 동문회 헌정 앨범을 내어놓게 되었습니다.
 
유재하에 대한 그리움이나 사랑의 내용만으로 앨범을 채운 것은 아니지만, 유재하라는 이름을 걸고 살아가는 많은 유재하 동문들 중 뽑힌 11팀의 멋진 뮤지션들이 각자 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물들을 통해 단순한 컴필레이션이 아닌 유재하라는 이름으로 묶일 수 있는 뭉클함을 만들어내고 싶었습니다. 변함없이 그대를, 사랑하기 때문에 라는 앨범의 타이틀처럼,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음악을 사랑하며 자기의 세상을 만들어가는 동문들의 헌시, 헌정곡들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헌정은 바로 이런 방식이 아닐까 생각하며 모두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여러분께서 같은 마음으로 느껴주시길 기대합니다.
 
그리고 하늘에 계신 유재하 선배님도 이 앨범을 좋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유재하 동문회장 스윗소로우 김영우